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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추억


  나의 첫 카메라는 대학시절 친구에게 빌렸던 미놀타 x-300입니다. 친구는 집에서 쓰던것을 학교에 가져와 놓았었는데, 캐비넷을 열었을 때 한쪽 구석 덩그런하게 있던 모습은 잊혀지지 않습니다. 졸업작품에 쓸 사진을 찍는다고 빌렸던 것이 첫 사진촬영 이였습니다. 이후 대학교 졸업할때까지의 2년정도 x-700을 들이고 50mm단렌즈 하나로 사진생활을 했습니다. 좋은 필름은 사볼 생각도 못했던 그래도 가장 좋았던 시절, 혹시나 상태 좋은 렌즈나 카메라가 먼지쌓인 구석에 있지는 않을까주말에 황학동 벼룩시장도 다니곤 했고, 싼가격에 Hi-matic SD를 구하기도 했습니다.
  사진을 찍고나서는 롤단위로 밀착인화를 하여 보관했습니다. 필름과 밀착인화지에 번호표를 붙여 나름 관리를 해보려고 했던것인데 2000년대 초반이였던 그때 밀착인화를 해주는곳이 거의 없어 부평에서 종로3가까지 가야만 했습니다. 가격은 한 시트에 3천원 정도 였는데 자주 갈 수 없으니 한꺼번에 필름을 모아서 인화를 하면 돈도 부담이 되었던것 같고, 왔다 갔다 하는것이 이내 피곤해져 그렇게 많이 남아 있지는 않습니다. 벽에 큰 백로 사진이 걸려있던 현상소는 어디였는지 기억이 안납니다. 동네 스튜디오에서도 해달라면 해줄 수 있었겠지만 품질이 달랐습니다. 복사기 같은 큰 기계에 필름을 넣고 돌려 프린트 하듯 인화해주는 사진은 프린트 물이 이였고,  '이렇게 하는 곳이 거의 없다'는 사장님의 말처럼 오리지날 현상방법으로 뽑아준 밀착인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지금까지 모았던 필름들을 정리하고자 다시한번 밀착인화를 했었습니다. 마트 한켠에 들어선 사진관이였는데 필름을 많이 맡겼습니다. 밀착인화지가 두툼하게 나왔는데 주문이 잘 못되었는지 모두 흑백으로 뽑아놓았고, 필름을 현상한것이 아니라 필름틀에 사진들을 조그많게 넣어 프린트 한 수준이여서 모두 버려버렸습니다. 이제는 필름도 없습니다.
밀착인화지는 지금 봐도 진하고 투명합니다. 몇몇 사진은 앨범에 남아 있습니다. 필름을 마감하고, 인화를 맞기고 찾으며 즐거워 했던 그시절의 사진추억만 빛 바래 갑니다.(20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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