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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모솔새의 겨울나기



상모솔새(암컷) | 20.01 | 국립수목원
sony a6400&200-600mm G



상모솔새(수컷) | 20.01 | 국립수목원
sony a6400&200-600mm G



수목원에서 만난 상모솔새의 암컷, 다음날 가평에서 만난 상모솔새 수컷입니다. 머리깃의 색으로 암컷과 수컷을 구별할 수 있습니다. '너무 작고 귀엽기' 때문에 상모솔새를 만나면 카메라에 담고 싶습니다. 하지만 가지사이로 쉼업이 돌아다니는 작은 새를 카메라에 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상모솔새는 우리나라를 찾는 가장 작은 겨울철새입니다. 정말 작습니다. 상모솔새를 찍고 있는데 나무밑에 개에게 먹이를 주시던 아주머니가 나무에 새가 있냐고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수목원에서는 두마리가 함께 다녔고, 가평에서는 한마리만 관찰했습니다. 상모솔새가 쉼없이 움직일 수밖에 없고, 두세마리씩 무리로 관찰되는 이유가 아래의 기사에 잘 나와 있습니다.

상모솔새가 한참동안 먹이를 잡아먹던 전나무


어느 겨울, 숲 속을 탐색하던 그에게 문득 궁금증 하나가 날아들었다. 아무것도 없는 숲 속을 열심히 뛰어다니는 작은 상모솔새들이 어떻게 겨울을 날까, 하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보통 영하 20℃를 오르내리고, 한겨울 밤에는 영하 30℃까지 내려간다. 눈보라에 매서운 바람까지 불면 체감온도는 영하 50℃ 가까이 내려간다. 이뿐인가. 작은 햇볕이라도 쬘 수 없는 밤이 15시간 이상씩 계속 된다. 더구나 상모솔새는 박새보다 더 작다. 약 10cm 정도의 길이에 무게는 5g 정도이니 딱 어른 엄지만 하다. 
 
더 의아했던 건 얼음장 같은 밤을 보낼 따뜻한 보금자리(둥지)를 짓지도 않고 겨울을 난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궁금증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결국엔 연구 과제가 되었다. 그는 이 내용을 담은 책 [동물들의 겨울나기]에서 이렇게 말한다. “겨울이라는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놀랍고 독창적인 전략을 진화시켜온” 이 작은 새는 “겨울 세계의 표상이다.” 이 새들만의 비결이 있다는 것이다.
 
모든 생명체에 적용되는 베르그만의 법칙을 무색하게 하는 상모솔새의 첫 번째 비결은 누구보다 촘촘한 깃털로 단열 공기층을 확보하는 것이다. 깃털을 잔뜩 부풀려 덩치를 키우면 따뜻한 공기층을 조금이라도 더 크게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날기 위한 깃털보다 단열을 위한 깃털을 4.5배나 더 많이 갖고 있다. 체중의 7.4%를 단열에 투자하는 것이다. 묘한 건 하인리히가 자신이 숲 속을 돌아다닐 때 입었던 겨울 장비, 그러니까 옷과 신발을 측정해보니 수치가 비슷했다는 점이다.
 
이걸로 혹독한 추위를 이길 수 있을까. 턱없이 부족하다. 추워지면 이 작은 몸은 상상을 뛰어넘는 열 손실을 시작한다. 영하 34℃일 때 최소한 1분에 13칼로리를 열로 발생시켜야 살아있을 수 있는데, 체감온도가 낮아진다면 열 손실은 더 커진다. 작은 몸으로 겨울을 이기려면 남들이 가지지 않는 것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이 녀석들도 박새처럼 높은 체온 전략을 쓴다. 다른 새들보다 3℃ 정도 높고 박새보다 1~2℃ 높은 43~44℃나 되는 체온이다. 몸집이 작으니 체온을 더 올리는 것이다(인간이 이 정도 체온이 되면 살아있을 수 없다).

문제는 박새들이 그렇듯 영양가 높은 먹이를 많이 먹어야 이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녀석들은 이른 아침부터 쉴 새 없이 숲을 뛰어다닌다. 추위와의 격전을 치르고 난 아침에는 칼로리가 거의 바닥난 상태라 한두 시간만 먹지 못해도 죽을 수 있다. 마치 월급을 주고 나면 아무것도 남는 게 없어 다시 죽어라 뛰어다녀야 하는 중소기업 사장들처럼 말이다. 측정을 해보니 1분에 평균 45회나 뛰고 날고 있었다. 1, 2초에 한 번씩 뛰고 나는 것이다. 그것도 하루 종일!
 
하지만 겨울은 텅 빈 공간. 나무 열매는 다 떨어졌고 눈은 두껍게 쌓였는데 뭘 먹는 걸까. 위장 속을 확인해보니 생각지도 않은 내용물이 들어있었다. 땅속에서 겨울을 난다는 자벌레 유충들이었다. 알고 보니 이곳 자벌레 유충들은 겨울을 보내고 있었고 숲 속을 부지런히 탐색하던 상모솔새들이 이걸 찾아낸 것이었다. 유충들은 아주 작은데다 나무와 구별이 안 되게끔 완벽하게 위장을 해서, 우리는 눈앞에 두고서도 얼른 찾아내지 못할 정도다. 콩알만한 녀석의 뇌를 분석해 보니 설득력 있는 증거가 있었다. 전체 몸무게에서 뇌가 차지는 비율이 6.8%나 됐다. 동물계에서 전체 몸 대비 뇌가 차지하는 비율이 가분수라고 할 정도로 큰 우리 인간(약 1.9%)보다 훨씬 높다. 
 
혹한이라는 위기를 이겨내려면 보통 ‘머리 쓰기’로는 힘들다는 걸까. 이 좋은 머리를 가졌는데 왜 비용 대비 효과가 좋은 따뜻한 보금자리(둥지)를 만들지 않을까. 아침이면 칼로리가 바닥을 드러내다 보니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는데 급급해 둥지를 지을 시간조차 없는 걸까.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새끼를 키울 때 녀석들은 둥지를 짓는다. 문제는 이 둥지에는 덮개가 없어 쌓인 눈이 깃털을 적실 경우 그렇지 않아도 덩치가 작은 녀석들이라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겨울에는 사소한 것이 생사를 결정하는 일이 많은데 깃털이 젖으면 돌이킬 수 없다. 그래서 녀석들은 결점이 있는 둥지를 포기한다. 마치 고정비용을 아끼려는 회사가 사옥을 갖지 않듯이 말이다.
 
그러면 어떻게 15시간이 넘는 긴긴 밤을 이겨낼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잠을 잘 때 체온을 낮춘다. 물질대사를 낮추는 휴면이다. 대신 대가를 치러야 한다. 우리가 추울 때 덜덜 떨어 체온을 조절하는 것처럼 격렬한 몸 떨림을 밤새 견뎌야 한다. 녀석들보다 좀더 큰 북미쇠박새들도 다른 새들보다 높은 체온(42℃)를 갖고 있는데 잘 때는 30~32℃로 10~12℃ 정도 낮춘다. 우리로 치면 허리띠를 졸라매는 식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혹독한 겨울 밤을 이겨낼 수 없다. 특별한 방법이 필요하다.
 
겨울 숲을 뛰어다니는 녀석들이 항상 두 마리에서 다섯 마리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치 알래스카 에스키모들이 엄청나게 추운 날 썰매를 끄는 허스키 개들과 함께 껴안고 자듯이 다 같이 함께 모여 온기를 나누는 것이다. 녀석들이 하루 종일, 단 몇 초도 조용히 입을 다물지 않는 것도 넓고 울창한 숲에서 난로 역할을 해줄 동료가 밤이 되면 기다렸다는 듯 나타나 주는 마법이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우연에 맡길 문제가 아니니 낮부터 서로 끊임없이 의사를 확인하고 위치를 확인해서 헤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출처: 중앙일보] [서광원의 ‘CEO를 위한 생태학 산책’(1) | 동물들의 겨울나기] 5g짜리 작은 새가 혹한을 이겨내는 비결 https://news.joins.com/article/21312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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