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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와 사랑의 상징, 깐밤

 밤송이의 밤을 바로 까먹는 '쌩밤'과 비교하면 마트에서 파는 생율은 통조림이라 할 수 있다. 맛 또한 비교할 수 없다.어릴적 집 뒤에는 조그만 밤나무 동산이 있어 밤송이가 열리기 시작하면 언제 먹을 수 있을까 시간을 재어보면서 학교를 왔다갔다 했었다.
아직 한참을 더 커야 하지만 살이 오르기 시작한 밤송이 따서 까보면 밤은 아직 희다. 밤알이  얼추 들어섰지만 겉껍질이 이불처럼 두툼하게 감싸고 있을 뿐 알맹이는 엄지손톱만한거나 콩나물 대가리 만한 것이 나온다.  알약 먹듯  밤을 먹으면 약간 술맛도 나는것이 맛이 있다.
  여기에서 좀더 시간이 지나면 밤이 여물기 시작하는데 아직 희거나 갈색빛을 띄기 시작할때 재미 있는 밤이 나온다. 속껍질이 깔 필요없이 쉽게 벗겨지는 밤알들이 나오는 것이다.  밤알모양 그대로 깔 수 있어 입안에 넣고 사탕굴리듯 굴리다 꼭꼭 씹어먹으면 이것 또한 맛이 좋았다.  하지만 이런밤은 드물고 보통은 무른 속껍질을 손톱으로 긁어 까거나 이로 긁어내며 퇫!퇫! 뱉어 까먹었다. 옷에 밤물이 들고 떫은 노력에 비해 까여진 알맹이가 작아도 밤은 공짜였기 때문에 아쉬움이 없었다.
이제는 뒷동산도 없어져 벌판이 되어 버렸지만 밤을 먹을 때마다 손톱으로 긁어 까먹던 그때가 생각나는 것은 밤맛도 추억도 잊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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